본문 바로가기
기타잡식/잡식

인형의집 - 헨리크입센 줄거리 요약 독후감

by CHAENI 2023. 8. 17.

인형의 집" (Et Dukkehjem)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이브센(Henrik Ibsen)이 쓴 연극으로, 1879년에 처음 연극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 연극의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간주되며, 여성의 역할, 결혼의 제도, 사회적 기대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형의 집"은 주인공 니나(Helmer)와 그의 아내 노라(Nora)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노라는 니나의 아내로서 삶을 살고 있으며,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라는 자신의 삶과 역할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겪게 됩니다.

작품은 노라의 내적인 갈등과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지고 긴장감이 증가합니다. "인형의 집"은 가족, 사회,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면서 현대 사회의 여성들이 직면하는 어려움과 갈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권리와 자율성, 사회적 규범에 대한 고찰로 널리 이해되며, 이브센의 연극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인형의 집(Et Dukkehjem)

헨리크 입센 지음







▣ 등장인물

헬머: 변호사

노라: 헬머의 아내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 노라의 친구

쿠로구스타: 변호사, 크리스티네의 옛 연인

"인형의 집" (Et Dukkehjem)에서 깨달음의 주제는 특히 노라(Nora) 캐릭터와 관련이 깊습니다. 연극이 전개됨에 따라 노라는 자아 발견과 깨달음의 과정을 거쳐 그녀의 삶과 주변 세계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노라는 처음에는 사회적 규범을 따르며 남편과 어머니의 역할을 기대대로 충실히 수행하는 듯한 여성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녀는 남편, 사회 및 자신의 과거 선택에 의해 가해진 제약을 점점 더 의식하게 됩니다.

노라의 깨달음의 순간은 그녀가 자신의 결혼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는 시점입니다. 이 발견은 그녀가 우선순위, 신념 및 가족을 위해 한 희생을 다시 평가하게 만듭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의 인위적이고 표면적인 면을 깨닫고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노라의 깨달음은 연극의 전환점이며, 이는 그녀가 자아 발견과 독립을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계기가 됩니다. 그녀의 자신의 상황과 보다 넓은 사회적 기대에 대한 진실을 깨닫는 순간은 결국 그녀가 편안하고 환상적인 것들을 뒤로하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해 나설 수 있게 합니다.

"인형의 집"에서의 깨달음의 주제는 연극의 보다 큰 메시지를 강조하며, 자아 인식의 중요성, 정체성 탐색 및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충족과 진정한 자아성찰을 추구하기 위한 용기를 강조합니다.



- 줄거리
1막

어느 겨울날 오후, 노라는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사치스럽지는 않으나 아늑하고 쾌적하게 꾸며진 거실 안, 노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온 것들을 풀어놓으며 남편과 이야기한다.

헬머: (방안에서) 밖에서 재잘거리는 건 내 종달새인가? 노라: (몇 개의 상자를 바삐 열면서) 네, 그래요! 헬머: 거기서 내 다람쥐가 뛰어다니고 있는 건가? 노라: 그렇다니까요! 헬머: 언제 돌아왔소? 노라: 방금. 이리 와 봐요, 여보. 내가 사 온 것 좀 보세요. 헬머: 귀찮은데! (그는 펜을 든 채로 문을 열고 내다본다) 아니, 그걸 전부 사 왔단 말이야? 또 우리 종달새가 밖에 나가 돈을 뿌리고 오셨군. 노라: 하지만 여보, 올해는 좀 여유 있게 돈을 써도 되잖아요. 인색하게 굴지 않아도 되는 크리스마스는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헬머: 여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가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잖소. 노라: 하지만 조금인데 어때요? 당신도 이제는 월급이 많아지고, 돈도 많이 모일 텐데. 헬머: 물론 새해부터는 그렇지. 하지만 월급을 타려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어. 노라: 상관없어요. 그때까지는 빌려 쓰면 되잖아요. 헬머: 이봐, 노라:! (노라 곁으로 다가가서 장난 삼아 귀를 잡아당긴다) 또 경솔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군! 만일 내가 오늘 1000 크로네를 빌려와, 당신이 그것을 크리스마스까지 모조리 다 써 버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섣달 그믐날 밤 지붕의 기왓장이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노라: (남편의 입을 손으로 막고) 아이, 그런 끔찍한 얘기는 그만둬요.


헬머: 이런 문제에 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신도 잘 알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남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생각이야. 빚을 지며 꾸려 나가는 집에는 반드시 부자유스럽고 유쾌하지 못한 상태가 생겨나지.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대로 지탱해 왔어. 그러니까 앞으로 좀 더 참아 나갑시다. 노라: 네, 네, 그래요. 헬머: (그녀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니, 내 작은 종달새가 날개를 그렇게 움츠리고 있어서야 되나. 저런, 다람쥐가 뾰로통해졌군. (지갑을 꺼낸다) 노라:, 여기에 들어 있는 게 뭘까? 노라: (홱 돌아본다) 돈! 헬머: 자! (몇 장의 지폐를 준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돈이 많이 든다는 건 알고 있어. 노라: (세어 본다) 열, 스물, 서른, 마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정도면 오랫동안 꾸려 나갈 수 있어요. 헬머: 정말 그렇게 해 줘야 해. 노라: 네, 염려 말아요.

헬머: (노라는 헐값으로 산 아이들 선물을 꺼내놓는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이야. 낭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산거야?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봐요. 노라: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헬머: 정말이오? 그래도 이런 걸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을 게 아니오? 노라: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남편의 양복 단추만 만지작거리면서) 저어, 만약 정말로 당신이 저에게 뭔가 해주고 싶으시다면, 그렇다면 말이에요. 가장 좋은 것은…. (빠른 말투로) 돈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그 돈으로 제가 갖고 싶은 걸 사겠어요. 헬머: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꼭 닮았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손에 넣는단 말이야. 그러면서도 돈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내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리고 말지.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자신도 모른단 말이야. 여하튼 당신 같은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어. 혈통이야. 정말 그래. 이건 분명히 유전이야, 노라:.

헬머는 방으로 들어가고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린다. 노라의 소꼽 친구,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이 10여 년 만에 방문한 것이다.


노라: 요즘 우리에게 경사가 생겼어. 헬머가 은행장이 되었어. 린데 부인: 노라, 정말 기쁜 일이네. 노라: 변호사란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불안정한 직업이잖아. 더구나 청렴하고 정직하게, 다른 일에 손을 대지 않을 경우엔 더욱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이 행운이 더욱더 기뻐. 새해부터는 남편이 은행에 나가게 되어 봉급이 많아져. 거기다 배당도 듬뿍 들어오게 되지. 아아, 크리스티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 우리들이 결혼했을 때는 헬머가 바로 관청을 그만뒀었어. 거기선 승진할 기회도 없고, 돈도 훨씬 많이 벌지 않으면 안 되었지. 그래서 처음 1년 동안 그이는 쉬지 않고 일했어. 그저 닥치는 대로 온갖 부업을 찾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줄곧 일만 했었지. 그러다 건강을 잃어버리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의사 선생님께선 남쪽으로 전지요양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어. 린데 부인: 그랬구나. 1년 동안 두 사람이 이탈리아 쪽에 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도 들었어. 노라: 그래.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 마침 이봐르(노라의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이었거든.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야만 했어. 어쨌든 참으로 멋진 여행이었지. 덕분에 헬머:의 목숨도 건질 수 있었어. 하지만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어. 4800 크로네니까 무척 많은 돈이었지. 아버지가 돈을 주셨어.

린데 부인: 남편께선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어 돌아온 거야? 노라: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펄 살아서! 어머나, 나 좀 봐! 내 얘기만 늘어놓고 있었잖아. 언짢게 생각 말아줘. 그런데 크리스티네, 너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이야? 그렇다면 왜 결혼했어? 린데 부인: 그 무렵에 몸져 누운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셨어. 나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였지. 게다가 두 동생도 돌봐 주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래서 그 사람의 청혼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어. 남편은 그때만 해도 꽤 부자였지. 그러나 일정한 직업이 없어 불안정한 생활이었어. 그러다가 그이가 3년 전에 죽자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아이들도 없고. 노라: 그래서 어떻게 했어? 린데 부인: 그 후에 난 작은 가게를 차려 보기도 하고, 조그마한 학원도 경영해 보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서 간신히 지금까지 견뎌 왔지. 지난 3년 간이라는 시간은 내게 길고 긴 싸움의 시간이었어. 그런데 그것도 끝났어, 노라. 어머님도, 마침내 내가 필요 없는 몸이 되셨지. 돌아가셨어. 그리고 동생들도 지금은 일자리를 얻어 제각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

노라: 어머, 그래? 이제 한시름 놓았겠구나. 린데 부인: 그런데 그게 아니야.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 들어.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간다는 그런 보람 같은 게 없어져 버려서 그런가 봐. (불안한 듯이 일어선다) 그러니 이제 그런 시골 생활을 할 수 없게 됐어. 여기서라면 무슨 일이든 적당한 일을 찾아내어 마음 붙일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무직 같은 고정된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어. 노라: 헬머가 너를 위해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어. 걱정 말고 내게 맡겨 둬. 반드시 잘 얘기할게. 린데 부인: 노라, 그토록 네가 나를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더욱이 세상 고생을 조금도 모르는 네가 그런다니 말이야.

노라: 내가? 여기 있는 내가 세상 고생을 모른다고? 너는 나를 얕보고 있구나. 린데 부인: 내가 남을 얕보다니,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아. 노라: 너는 어머님을 위해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구나. 그리고 동생들을 돌봐 주었다는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그런데 나 역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린데 부인: 어떤 일인데? 노라: 조그맣게 얘기해. 헬머가 들으면 큰일 나.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이에겐 알릴 수 없는 일이니까. 사실 나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는 일이 있어. 내가 헬머의 목숨을 구했으니까. 린데 부인: 목숨을 구했다고? 어떻게 해서? 노라: 이탈리아 여행에 대해 얘기했지? 그때 만일 가지 않았으면 헬머는 회복하지 못했을 거야. 린데 부인: 물론 그랬겠지. 하지만 비용은 네 아버님께서 대주셨다고 했잖아. 노라: (웃는다) 헬머를 비롯해서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어. 하지만…. 아버지는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돈을 마련한 사람은 나야. 린데 부인: 어머나! 노라, 그런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지?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노라: 천만에. 린데 부인: 그럼, 대체 어디서 돈을 손에 넣었지? 어디서 돈을 꿀 수는 없었을 텐데. 아내는 남편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돈을 꿀 수가 없는걸? 노라: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래? 하지만 만약 그 아내에게 약간의 실권이 있고 영리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수완이 있다면 어떻겠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바로 그 무렵이었는데 나는 처음엔 아버지께 사실을 말하고, 남편 모르게 돈을 빌리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아버지가 워낙 중병으로 앓아누워 계셨기 때문에 도저히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어.


린데 부인: 그래서 남편에겐 그 후로도 말을 안했니? 노라: 그럼, 말할 수 없었어. 그이는 이런 일에 아주 엄하거든! 게다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강한 헬머가 조금이라도 아내의 덕을 봤다고 생각하게 되면 얼마나 괴롭고 부끄러워하겠어.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우리 사이는 끝장나고 모처럼 이루어진 행복한 가정도 막을 내리고 말겠지. 여하튼 이 일로 나는 무척 신경 쓰고 있어. 기한 내에 꼬박꼬박 채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 이잣돈을 만드는 것이 언제나 힘이 들었어. 그래서 모든 예산을 줄이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 하지만 생활비에서는 조금의 여윳돈도 쓸 수 없었어. 헬머에게 궁색한 생활을 시키거나 아이들을 초라하게 입힐 순 없었으니까. 귀엽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받은 돈은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 린데 부인: 그럼 노라, 결국 네 용돈에서 짜내야 했군. 가엾어라. 노라: 헬머가 새 옷이라고 사라고 돈을 주면 언제나 나는 절반밖에 쓸 수가 없었어. 항상 싸구려 옷감을 샀지.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어떤 것이나 어울렸기 때문에 남편은 전혀 눈치를 못 챘어. 그리고 그 외에도 돈을 벌 길은 있었어. 작년 겨울엔 다행히 정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매일 밤늦게까지 앉아서 열심히 썼어. 하지만 힘들고 지쳐서, 견딜 수 없게 될 때도 있었지.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어. 마치 내가 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된 것 같아서.

노라는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을 헬머에게 소개하고 일자리를 부탁한다. 린데 부인이 가고 나서 헬머가 잠시 외출한 후 쿠로구스타가 찾아온다. 쿠로구스타는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좋지 않아 실직의 위기에 몰려 있다. 노라가 돈을 빌린 사람이 바로 쿠로구스타다.

노라: (불안하고 긴장된 얼굴로) 오늘은 초하루가 아니잖아요. 쿠로구스타: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부인, 저를 위해서 당신이 힘을 좀 써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노라: 네? 무엇을 해달라는 거죠? 쿠로구스타: 부탁입니다. 은행에서 제가 앉아 있는 말단의 자리마저 잃지 않도록, 배려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부인께서도 아시고 세상도 다 알다시피, 제가 몇 년 전에 분별없는 짓을 저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노라: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쿠로구스타: 사건이 재판에까진 이르지 않았습니다만, 그때부터 저의 앞길은 막히고 말았습니다. 은행의 지위는, 말하자면 제게 있어서 신용 회복을 위한 첫 계단인 셈이죠. 그런데 지금 주인께선 저를 그 계단에서 밀어내려고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또 진창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겠지요. 노라: 하지만 쿠로구스타 씨, 저에게는 당신을 구해드릴 만한 힘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쿠로구스타: 그건 당신에게 그럴 의사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겐 부인께서 그렇게 하시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노라: 설마 제가 당신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을 주인에게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쿠로구스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라: 정말로 비열하군요.

쿠로구스타: 저는 제가 만든 차용증서와 맞바꾸는 조건으로 돈을 마련해 드리기로 약속했었죠. 노라: 저는 거기에 서명을 했고요. 쿠로구스타: 그렇지만 말이죠. 그 밑에 한두 줄 덧붙여 써넣은 게 있었습니다. 바로 부인의 아버님이 보증인이 되어 주실 것을 요구한 항목이죠. 그리고 거기에 아버님의 서명 날인을 부탁드릴 예정이었습니다. 쿠로구스타: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일이 있어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낸다) 저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만. 노라: 묘한 일이라니 뭐죠? 쿠로구스타: 묘한 일이란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이 지난 뒤에 이 서류에 서명하신 걸로 돼 있다는 겁니다. 아버님께선 9월 29일에 돌아가셨죠? 그런데 이걸 보십시오. 서명한 날짜는 10월 2일로 돼 있습니다. 부인, 이상하지 않습니까? 노라: (아무 말이 없다) 쿠로구스타: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노라: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노라: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도전하듯이 상대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버지의 이름은 제가 써 넣었어요. 쿠로구스타: 아니, 부인! 지금 그 말씀은 매우 위험한 고백이라는 걸 아시겠죠? 이런 일이 저를 속이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부인, 당신은 보아하니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일인지 조금도 모르시는 것 같군요. 이 종이조각을 법정에 내놓기만 하면 당신은 문서위조로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노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딸이 돼 가지고, 아버지가 병으로 죽어 가고 있는데 아버지의 근심이나 괴로움을 덜어 드릴 권리가 없다니! 아내가 되어 가지고 남편의 목숨을 구할 권리가 없다니! 저는 법률은 잘 모르지만, 그렇지만 틀림없이 어딘가에 그런 일이 허용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 조항이 있다는 걸 당신은 모르시는군요. 변호사이시면서. 쿠로구스타 씨, 당신은 엉터리 변호사가 분명해요. 쿠로구스타: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떠밀려서 추락하게 된다면 부인도 함께 끌고 들어갈 것입니다. (쿠로구스타는 인사를 하고 현관을 지나 밖으로 나간다)

2막

노라는 은행에서 늦게 돌아온 헬머:에게 쿠로구스타:를 해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헬머는 결정된 사실이라며 해고 통지서를 보내고 만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쿠로구스타는 노라를 비밀리에 방문하여 위협을 가하고 채무 관계에 대한 사실을 쓴 편지를 헬머:의 편지함에 넣고 떠난다.

쿠로구스타: 알고 계시겠지만 해고 통지서를 받았어요. 노라: 제 힘으로는 막을 수 없었어요, 쿠로구스타 씨. 쿠로구스타: 남편께선 부인을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나요? 내가 부인에게 어떤 보복을 가할지 알고 있으면서. 노라: 그이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남편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세요. 저는 남편에게 이 일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이 일로 제 남편에게 얼마를 요구할 작정인지 그 금액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돈을 마련할 테니까요. 쿠로구스타: 남편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아요. 노라: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에요? 쿠로구스타: 말씀드리죠. 나는 발판을 구축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부인의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성실하게 일해 왔어요. 그동안 내 생활은 아주 고통스러웠지만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전진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렇게 쫓겨나고 말았어요.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제 나를 동정해서 다시 채용해 주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출세하고 싶은 겁니다. 알겠어요? 은행에 다시 들어가 이전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겁니다. 부인의 남편이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노라: 그이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쿠로구스타: 일단 은행에서 그분과 함께 일하게 되면 부인, 두고 보세요! 1년이 되기 전에 나는 은행장의 오른팔이 될 테니까요. 그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헬머:가 아니라 쿠로구스타:라가 될 겁니다. 나는, 이 차용증서로 부인의 남편을 꽉 잡고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이 편지를 받으면 어떻게 할지. 회답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내가 이런 방식으로 나오게 만든 이는 부인의 남편이니까요. 이 점을 기억해 두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부인. (현관으로 나간다. 편지를 함에 넣는다)

노라는 어떻게든 쿠로구스타의 편지를 헬머가 보지 못하게 막아야 했기에 전전긍긍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헬머는 노라에게 스텐볼크 영사(領事) 댁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가장 무도회에 참석해 타란텔라 춤을 춰줄 것을 당부한다. 헬머는 노라가 인기를 끌고 굉장한 박수갈채를 받게 하려는 의도다. 복잡한 심경의 노라는 가장무도회에 입을 낡은 의상을 꺼내 친구 크리스티네에게 고쳐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이 이탈리아 여행을 위해 허위 서명을 하고 쿠로구스타에게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에 크리스티네는 자신이 노라를 도울 수 있다고 말하며, 직접 쿠로구스타를 만나러 간다. 그 사이 노라는 헬머가 편지를 보지 못하게 타란텔라 춤 연습을 도와 달라며 시간을 끈다.

헬머: (현관으로 통한 문으로 가서 편지를 꺼내려 한다) 노라: 그리로 가서 뭘 하시게요? 헬머: 편지가 와 있을지도 몰라. 보고 오겠어. 노라: 안 돼요, 안 돼. 가지 마세요! 헬머: 왜 그래? 노라: 가지 마세요. 헬머: (가려고 한다) 노라: 당신과 함께 연습하지 않으면 내일 춤을 출 수 없어요. 헬머: (그녀에게 다가가서) 정말 그렇게 걱정이 되는 거야, 노라:? 노라: 무척 걱정이 돼요. 지금 연습시켜 줘요. 식사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요. 자아, 여기 앉아서 피아노를 쳐 줘요. 그리고 틀리면 고쳐 줘요. 헬머: 좋아.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기꺼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노라: (상자 속에서 탬버린을 꺼내고 화려한 색깔의 숄도 동시에 꺼내어 재빨리 어깨에 걸친다. 그리고 무대의 정면으로 펄쩍 뛰어나와 외친다) 자아, 피아노를 쳐 줘요! 춤을 추겠어요! (노라는 춤을 춘다. 더욱 거칠게 춤을 춘다. 헬머가 지시하는 말이 노라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노라는 머리카락이 풀어져 어깨 위로 늘어지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춤을 춘다) 헬머: 노라, 당신은 필사적으로 춤을 추는 것 같군.

3막

크리스티네는 노라를 도우려고 쿠로구스타를 만나러 갔으나 그가 없어 메모를 남기고 다시 노라:의 집으로 온다. 크리스티네가 옛 연인인 쿠로구스타를 만난 것은 물론 노라의 문제를 도우려고 한 이유 때문이었지만 어떤 중대한 결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헬머 부부가 가장 무도회에 간 사이 쿠로구스타:는 크리스티네의 메모를 보고 노라의 집을 찾는다. 가만히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린데 부인: 제가 있는 곳은 형편이 좋지 않아요. 자아, 들어오세요. 헬머: 부부는 가장 무도회에 갔어요. 둘이서 얘기나 해요. 쿠로구스타: 우리 둘 사이에 무슨 할 얘기가 남아 있나요? 린데 부인: 물론 많지요. 쿠로구스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인정 없는 여자가 좀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 옛 남자를 버린 것뿐이니까. 린데 부인: 저를 그렇게 매정한 여자로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당신과 헤어질 때 제가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쿠로구스타: 그렇지 않았던가요? 린데 부인: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그때 내게는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이 있었어요. 쿠로구스타:, 어쨌든 그 무렵의 당신은 장래가 불안했었거든요. 쿠로구스타: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다른 남자 때문에 나를 버릴 권리가 당신에게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겁니다. (조용히) 당신을 잃었을 때는 발아래 땅덩어리가 꺼져 버리는 것 같았어요. 나를 봐요. 지금의 나는 판자 조각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조난자나 다름없어요.

린데 부인: 쿠로구스타, 조난당한 사람끼리 손을 잡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저는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냉혹한 인생과 가난이 그것을 제게 가르쳐주었어요. 쿠로구스타: 뭐라고요? 린데 부인: 제가 이곳으로 온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쿠로구스타: 설마 나를 생각하고 오신 건 아니겠죠? 린데 부인: 살아가기 위해서 저는 일을 해야 해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해 왔고, 또한 저한테는 일하는 것만이 무엇보다도 커다란 즐거움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외톨이가 되고보니,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같아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아무런 기쁨도 없어요. 그러니 쿠로구스타:, 저에게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보람을 갖게 해 주세요. 쿠로구스타: 당신은 나의 과거에 대해 전부 알고 있나요? 린데 부인: 네, 알아요. 저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에겐 어머니가 필요해요.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서로 상대가 필요해요. 쿠로구스타, 저는 당신의 본심이 훌륭하다는 것을 믿고 있어요. 저는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견디겠어요. 쿠로구스타: (크리스티네의 두 손을 잡고) 고마워요, 고마워. 크리스티네. 다시 한번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겠어요! 이런 행복을 느낀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소!

쿠로구스타를 보낸 후 크리스티네는 노라를 기다린다. 헬머 부부가 가장 무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크리스티네는 재빨리 노라에게 좋은 방향으로 문제가 풀리게 될 것이라며, 쿠로구스타의 편지를 헬머: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간다.

헬머: 노라, 자 이제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구려. 당신 내부에서는 아직도 타란텔라를 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게 한층 더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지. 오늘 밤 나는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사람을 유혹하듯 격렬하게 타란텔라를 추기 시작하자 온몸의 피가 끓어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사실은 그래서 당신을 이렇게 빨리 집으로 데리고 온 거요. (아내를 끌어안는다) 아, 사랑스러운 당신, 아무리 꼭 껴안아도 더욱 꼭 껴안고 싶구려. 나는 가끔 당신에게 뭔가 무서운 위험이 닥쳐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그러면 내 목숨과 재산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당신을 구할 테니까 말이오. 노라: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한다) 어서 그 편지를 읽으세요. 헬머: (아내의 이마에 키스하고) 나의 종달새도 쉬어요. 그럼 내 방에 가서 편지나 읽어볼까? (조금 후, 헬머가 문을 난폭하게 열고, 개봉한 편지를 손에 든 채 노라: 앞에 나타난다)

헬머: 노라! 노라 (소리 높여 외친다) 아아! 헬머: 이건 뭐야, 이 편지에 뭐라고 씌어 있는지 알고 있겠지? 노라: 네, 알고 있어요. 저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헬머: 쓸데없는 변명은 집어치워! 참, 한심하구려.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질렀어! (방안을 왔다 갔다 한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내 기쁨이요, 자랑이기도 했던 여자가 위선자요, 거짓말쟁이였다니! 아니 그보다 훨씬 더한 범죄자였다니! 오! 당신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더러운 것들이 숨겨져 있었어! 쯧, 쯧! 노라: (입을 꽉 다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헬머: (노라 앞에 멈춰 선다)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걸 미리 알아차려야 했어. 당신 아버지의 경솔한 성격을 진작 알았어야만 했소. 아버지의 그런 성질을 당신은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던 거야. 아아, 그러한 인물을 관대하게 봐준 대가로 이제 와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다니. 당신은 이걸로 내 인생의 행복을 모두 파괴해 버렸어. 내 미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말았단 말이오. 아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양심 없는 그자가 나를 멋대로 휘두를 거야. 그놈은 나를 제멋대로 조종할 수가 있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마음대로 나를 들볶거나 명령할 거야. 내가 이렇게 비참해지고 파멸하는 것은 모두 경솔한 한 여자 때문이란 말이오. 알아듣겠소?

노라: 제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당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네요. 헬머: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그런 말은 당신 아버지한테도 수없이 들었소. 설사 당신 말대로 당신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아무 소용도 없어. 그놈은 개의치 않고 사건을 백일하에 드러내 놓고 말거야. 그렇게 되면 나까지 당신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혐의를 받게 될 것이 뻔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내가 그 배후 인물이라고 생각할 거야. 내가 당신을 조종했다고 말이야. 그게 모두,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저 손 안의 구슬처럼 소중하게 여겨 온 당신 덕분이란 말이오. 자, 이만큼 말하면 당신이 내게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 알았겠지? 노라: (싸늘하게) 알겠어요.

헬머: 너무나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서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소. 그러나 우선은 어떻게든 빠져 나갈 궁리를 해야 해. 그 숄을 벗어요. 벗으라고 하지 않소! 어떻게 해서든지 그놈을 설득하고 달래 볼 생각이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사건을 감춰 버려야 해.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는 지금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꾸며야 해. 물론 세상 사람들 앞에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야. 그러니 당신은 이대로 이 집에 있어야 해. 그러나 아이들 교육은 맡길 수가 없어, 당신에게 맡길 수 없단 말이오. 아아, 그렇게도 사랑했던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지금 이 시간부터 행복 같은 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 단지 깨어진 행복의 조각들을 긁어모아 겉치레나 해야지.

그때 현관의 초인종이 울린다. 밤늦게 온 편지를 가정부가 헬머 부에게 전한다. 쿠로구스타의 새 편지다. 헬머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줄 알고 편지를 뜯었지만 뜻밖에도 정반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쿠로구스타가 크리스티네와 새 출발을 하면서 노라의 문제를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헬머: 노라! 나는 살았어! 이것 봐. 그 자가 차용증서를 돌려보냈어. 지금까지 미안했으며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써 있어. 마음을 고쳐먹고 이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우리들은 살아난 거야, 노라! 아무도 이제는 당신을 어쩌지 못하오. 아무튼 이 지긋지긋한 걸 이 세상에서 없애 버립시다. (증서와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그것을 난로에 던진 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다) 편지에 크리스마스이브부터라고 쓰여있는데, 그렇다면 요 사흘이 당신에게는 정말로 끔찍한 시간이었겠구려. 노라! 노라: 그 사흘 동안 정말 말할 수 없이 괴로웠어요.

헬머: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이제 이따위 끔찍한 일은 모두 잊어버립시다. 그저 '이제 끝났다. 이제 끝났다. 이제 끝났다'라고 기쁨의 소리를 지르면 되는 거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모든 일이 끝났다는 사실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구려. 대체 왜 그래? 그런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아아, 알았어. 불쌍하게도 당신은 아직 내가 용서해 준 것이 믿을 수 없는 모양이군. 그러나 벌써 용서했어, 노라. 나는 알고 있어. 당신이 한 일은 모두 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이오. 노라: 그건 사실이에요. 헬머: 당신은 아내로 남편을 아주 많이 사랑해 줬어. 다만 판단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방법을 잘못 택했을 뿐이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한 마음을 되찾아야지. 귀여운 종달새야! 자, 안심하고 쉬도록 해요. 내 커다란 날개로 보호해 줄 테니. (하지만 노라는 가장무도회 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며 심각한 얼굴로 헬머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마주 앉는다)

노라: 우리가 결혼한 지 8년이나 됐어요. 우리 두 사람, 당신과 나,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헬머: 무슨 뜻이야? 노라: 서로 알게 된 이후로, 우리는 진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헬머: 그럼 언제나 번잡한 사건 속에 당신을 말려들게 했어야 옳았단 말인가? 당신에게 말해봤자 별 수 없잖아! 노라: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녜요.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은 다만 둘이서 마주 앉아 어떤 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는 말이에요. 헬머: 하지만 노라:, 그런 일은 당신 성격에 맞지 않잖아? 노라: 바로 그것이 문제예요. 당신은 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거예요. 저는 얼마나 잘못된 취급을 받아 왔는지 몰라요. 처음엔 아버지에게서, 그리고 다음엔 당신에게서. 헬머: 뭐라고!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두 사람한테서?

노라: (고개를 흔든다) 당신들은 결코 저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다만 저를 귀여워하는 것을 하나의 위안으로 생각하고 계셨던 거예요. 헬머: 여보, 노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노라: 제가 아버지 곁에 있었을 때,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지 자신의 생각을 나에게 전해 주셨기 때문에 저도 자연히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어쩌다 다른 생각을 가질 때가 있어도 저는 그것을 숨겼죠. 왜냐하면 아버지가 기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저를 인형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인형과 노는 것처럼 저와 놀아 주셨어요. 그러다가 당신과 결혼한 거예요. 헬머: 우리들의 결혼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노라: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말하는 것은 아버지의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인계되었다는 의미예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저는 이 집에서 가난뱅이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당신에게 재롱을 떨어서 그걸로 목숨을 이어온 거지요. 그게 당신의 바람이기도 했고요. 당신과 아버지는 저에게 큰 죄를 지은 거예요. 제가 이렇게 무능해진 것도 당신들 책임이에요.

헬머: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어쩌면 당신은 그다지도 어리석고 은혜를 모른단 말이오. 당신은 이 집에서 행복하지 않았다는 거야? 노라: 네,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단지 재미있었을 뿐이에요. 당신은 언제나 친절하셨죠? 하지만 이 집은 놀이터에 지나지 않았어요. 친정아버지가 저를 어린 인형으로 취급했다면, 당신은 다만 저를 큰 인형으로 취급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아이들이 제 인형이 되었지요. 아이들과 놀아주면 아이들이 기뻐했듯이 저는 당신이 놀아주면 그것이 기뻤던 거예요.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결혼이었어요.


헬머: 당신 말에도 일리는 있소.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그러나 이제부터는 바뀌게 될 거요. 놀 때는 지났고 이젠 가르칠 때가 온 거요. 노라: 가르친다고요? 누구를요? 저를 말인가요. 아니면 아이들 말인가요. 헬머: 그야 당신과 아이들이지. 노라: 아아, 헬머! 당신은 저를 올바른 아내로 교육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저 역시 아이들을 교육시킬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겐 따로 있어요. 저는 먼저 저 자신을 교육하는 데 힘써야 겠어요. 저는 저 자신과 세상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 당장 여기를 떠나겠어요. 오늘 하룻밤은 크리스티네가 재워 주겠지요. 헬머: 당신 미쳤어? 내가 허락하지 않아! 노라: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도 소용없어요. 제 물건만 가지고 나가겠어요. 당신에게선 아무것도 받지 않을 생각이에요,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도. 내일은 집에 가겠어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집으로.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그곳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헬머: 어쩌면 이렇게 사리를 분별하지 못할까. 노라: 그래서 이제 세상일을 알려고 해요. 헬머: 당신은 가정도, 남편도, 그리고 아이들까지도 뿌리치고 가겠단 말이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노라: 그런 일에 얽매이고 있을 수 없어요. 제가 알고 있는 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헬머: 괘씸해! 아, 참 어이없는 사람이군. 그러면 당신은 그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겠단 말이오? 노라: 신성한 의무라고요? 헬머: 그걸 꼭 말해줘야 한단 말이오? 당신의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 말이야. 노라: 제게는 그와 똑같은 하나의 의무가 있어요. 헬머: 그런 게 어디 있어? 대체 어떤 의무지? 노라: 저 자신에 대한 의무예요. 헬머: 당신은 우선 아내이고 어머니란 말이오. 노라: 이제 그런 것은 믿지 않겠어요. 무엇보다도 저 역시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에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렇게 되려 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옳다고 할 것이고 책에도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책에 어떻게 쓰여 있든 이미 저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것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스스로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헬머: 당신은 병을 앓고 있어, 노라:… 열이 있어. 어쩌면 정신병인지도 몰라. 노라: 나는 지금까지 오늘 밤처럼 분명하게 자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아아, 괴로워요. …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정말 친절했으니 말예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쿠로구스타의 편지가 아직 우편함에 들어 있을 때 설마 당신이 그 사내의 요구에 굴복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틀림없이 그 사내를 향해 세상에 알리려면 알려라, 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세상 사람들 앞으로 나가 모든 잘못을 자신이 떠맡아 줄 거라 믿고 있었어요. 제가 겁을 잔뜩 먹으면서도 기다리고 있었던 기적이란 것은 바로 그거예요. 헬머: 노라,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밤이나 낮이나 기쁘게 일할 수 있고, 또한 어떤 고생이나 가난도 참을 수 있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자신의 명예를 희생할 수는 없어. 당신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처럼 생각하고 말하는구려. 노라: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 역시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걸 보니 제가 일생을 맡길 수 있는 분 같지 않아요. 당신은 제게 닥쳐 올 위험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덮쳐 올 위험만을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두려워하던 일이 거짓말처럼 지나고 나니 당신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행동하시는군요. 그리고 저는 다시 당신의 귀여운 종달새가 되어 당신의 인형으로 되돌아가게 되었지요. 그 인형이 깨질세라 당신은 지금보다 더욱더 소중하게 감싸 주시겠다고 하셨죠. (일어선다) 나는 확실히 깨달은 거예요. 지난 8년 동안 이 집에서 타인과 함께 생활해 왔으며 그를 위해서 아이를 셋이나 낳았어요. 아아,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어요.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