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조세희 줄거리 주인공 독후감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등장인물
난장이(김불이) : 키 백십칠 센티미터에 몸무게 삼십이 킬로그램인 난쟁이. 가족들을 부양하는 데 힘겨운 생을 살아가다 공장 굴뚝 아래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된다.
영수: 난장이의 장남. 아버지가 죽은 후 은강시 공장에서 노조활동을 한다.
영호: 난장이의 둘째 아들.
공장의 직공으로 가정의 생계에 도움을 주었으나 나중에 공장에서 쫓겨난다. 은강시 전기 공장에서 일을 한다.
영희: 난쟁이의 딸. 철거촌 매매 중개인을 따라가서 처녀성을 잃고 대신에 집문서를 훔쳐서 돌아온다. 어머니: 난쟁이의 아내. 가난한 살림을 이끌어가는 성실한 주부.
지섭: 자신이 직접 노동현장에 참여하여 노동자가 되는 활동적인 대학생. 진실한 동료로 난장이의 편에 서며, 난장이나 큰아들 영수에게 정신적 교화력을 가지고 있다.
신애: 『난쏘공』 시리즈 중 「칼날」, 「육교 위에서」 등에 등장하는 중년의 여성. 난장이와 이웃해 살며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인물이다.
윤호: 지섭이 가정교사로 있었던 집의 학생. 부유한 변호사 집안에서 자랐으나 지섭의 영향으로 난장이류의 사람들을 동정한다.
경훈: 은강 그룹 경영주의 셋째 아들. 『난쏘공』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 기』에서 영수의 재판을 지켜본다. 철저하게 경영자의 입장에서 편견으로 노동자를 대한다.
줄거리
철거민 촌에 사는 난장이네 집에 어느 날 ‘철거 계고장’이 날아온다.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기는 했으 나, 아파트로 들어갈 돈이 없다. 입주권을 팔아야 하는 형편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입주권이 팔리고 집이 헐리는 중에 아버지 난장이와 영희가 행방불명된다. 그들을 기다리다 남은 가족이 딴 곳으로 이주해 간 사이에, 영희는 입주권을 산 사내를 따라가 그의 아파트에 머물다가, 그가 잠든 틈을 타 그를 약에 취하게 하고서 돈과 자기네 입주권을 훔쳐 아파트 입주 신고를 한다. 그리고 평소 난장 이 아버지에게 잘 대해주던 옆동네 아주머니인 신애를 만나 그의 가족들의 소식을 듣는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아버지는 벽돌공장 굴뚝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남은 가족들은 성남으로 이사를 갔다. 아버지가 죽은 후 살기 위해 난장이 아들딸은 은강시로 이사가 은강 그룹 계열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멀리 서울에서 살면서 근로자들에게 일한 만큼 대우를 해주지 않고 막대한 이윤을 취하는 회사의 높은 사람들에게 점점 분노를 느끼고, 마침내 난장이의 큰아들 영수는 은강 그룹의 경영주를 죽이러 서울에 올라가는데…….
느낀점
1980년대 대학생들은 이 작품을 ‘난쏘공’이라고 불렀다. 공장노동자와 도시빈민 등 소외계층의 피폐 한 삶을 다룬 12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된『난쏘공』에 가장 먼저 관심을 표명한 것은 문학도가 아닌 사 회과학도들이었다. 『난쏘공』은 1980년대 『해전사』(해방전후사의 인식), 『아미자』(아무도 미워하 지 않는 자의 죽음) 등과 함께 대학 새내기들의 ‘시각 교정용 필독서’로 꼽혔다. 하지만 『난쏘공』이 80 년대 내내 젊은이들에게 시대를 읽는 교과서의 하나였을 때, 정작 조세희는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해 침묵했다. ‘말이 10개라면 그중에 5~6개밖에 쓸 수 없었던’ 5 공화국의 억압적 분위기 아래서 그가 더 이상 쓸 수 있는 글은 없었다. 작가는 다시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회의 속에 침잠했다. ‘말이 10개라면 그중에 5~6개밖에 쓸 수 없었던’ 5 공화국의 억압적 분위기 아래서 그가 더 이상 쓸 수 있는 글은 없었다. 작가는 다시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회의 속에 침잠했다. 그 사이에 소 설집 『시간여행』과 사진에세이집 『침묵의 뿌리』 등 단 세 권의 작품집을 낸 것이 30여 년을 ‘작가’ 로 생활한 조세희 문학 이력의 전부이다.
그런 가운데 그가 선택했던 것이 사진이다. 1979년 사북사태 가 일어났을 때, 그는 사진 찍는 친구들에게 제발 그 기록을 남기라고 쫓아다니며 부탁했다. 아무도 그의 말을 안 듣자 홧김에 카메라를 한 대 사들고 필름을 끼운 뒤 현장으로 들어갔다. 『사진의 첫걸음』이란 얄팍한 책 한 권으로 사진찍기와 만들기를 사흘 만에 깨우친 뒤였다. 이때의 작업은 후에 『침묵의 뿌리』라는 제목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1997년 계간 「당대비평」의 편집인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다시금 세상을 향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작가 박완서가 그를 두고 ‘너무 맑은 물’에 비유했듯이, 조세희의 글들은 여전히 ‘현실의 탁류’와 분명한 경계선을 긋고 있다. "20세기를 우리는 끔찍한 고통 속에 보냈다. 백 년 동안 우리 민족은 너무 많이 헤어졌고,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많이 죽었다. 선은 악에 졌다. 독재와 전제를 포함한 지난 백 년은 악인들의 세기였다. 이렇게 무지하고 잔인하고 욕심 많고 이타적이지 못한 자들이 마음 놓고 무리 지어 번영을 누렸던 적은 역사에 없었다." 「당대비평」 창간사의 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조세희가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난쏘공’의 난장이가 꿈꿨듯이 ‘모두에게 할 일을 주 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 아버 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 선도 끊어버리는’ 세계,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 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 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하는’ 그런 세계가 조세희 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조세희의 『난쏘공』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 원래 맞춤법으로 보면 표준어는 '난장이 '가 아니라 '난쟁이'다.
난장이가 상징하는 것:
산업 사회의 난장이성, 혹은 불구성 조세희가 난장이를 말한 이래, 난장이는 “70년대 한국 사회와 경제의 생산과 소비 및 분배구조에서 억압받고 소외받는 계층을 표상하는 전형적 인물”을 상징해왔다.
경제생활이 인간 생활을 대표하는 산업 사회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일궈낸 경제적 이윤으로부터 정작 자신들은 소외된 채, 열악한 환경조건과 저임금 가운데 사는 노동자계층을 물리적,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난장이다. 따라서 난장이는 그런 계층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구조의 모순을 폭로한다. 우리들의 난장이는 키 백십칠 센티미터에 몸무게가 삼십이 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누가 보아도 분명한 난장이다. 그러나 『난쏘공』의 영수는, 사람들은 아버지가 난장이라는 것을 아는 것 말고는 모두 틀렸 다고 단언한다. 영수는 할 수만 있었다면 아버지더러 난장이라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난장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난쏘공』의 세계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세계를 이상사회로 보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씨 의 병이 상징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세계는 안이 밖이고 밖이 곧 안인 클라인씨병 같아서, 그 안에서는 갇혔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즉 난장이가 꿈을 잃고 벽돌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죽을 때, 거인이라고 해서 자기 집 정원에 높은 담을 쌓아놓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먹고 마실 수는 없으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을 때 한 아이의 얼굴만 깨끗하 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은 모두 한 편이 되면서 마비되는 것이다. 조세희는 『난쏘공』이후에도 『시간여행』이라는 단편집에서 난장이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 단 편집에는『난쏘공』에 나왔던 등장인물인 영희, 경우(영수가 죽인 은강그룹 간부의 아들, 경훈의 사촌), 윤호, 신애 등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난장이와 난장이 큰아들 영수가 죽고 난 후, 그 뒤 에 살아 남은 사람들이다. 『시간여행』 속의 「난장이 마을의 유리병정」편에는 난장이의 딸인 영희가 난장이 아버지와 큰오빠 영수가 한 일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구절이 있다. “행복동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 병사가 아버지였다는 생각 오빠는 안 들어? 아버지 는 작고 투명한 유리병정이었어. 누구나 아버지 속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었지. 약한 아버 지는 무엇 하나 숨길 수도 없었어.
하루하루의 싸움에서 유리병정은 후퇴만 했어. 어느 날, 더 이상 후퇴해 디딜 땅이 없다는 걸 작고 투명한 유리병정은 알았어. 유리병정은 쓰러지 고 깨어져 피를 흘렸어. 그렇게 작고 그렇게 투명한 몸 어디에 그것이 있었을까. 큰오빠도 아버지와 같은 유리병정이었어. 난 알아. 큰오빠는 후퇴를 하지 않았어. 큰오빠 이야기를 난 길게 하래도 못 하겠어. ……뜨거운 무엇이 내 목을 막아.” (「난장이 마을의 유리병정」 중에서) 결국 살아남은 이들 역시 난장이 마을의 사람들이었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난쏘공』에서는 유리병정 둘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조세희는『난쏘공』이후에도 난장이 이야기를 그치지 못한 것을 사랑이고 희 망인 난장이를 죽인 작가적 양심의 소리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연극」, 「시간여행」). 하지만 이에 대 해서는 작가의 짧은 호흡이나 시대적 상황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가 『난 쏘공』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부감 없이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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